
‘블랙독(Black Dog)’은 교육 드라마이자 조직 드라마로서, 교사라는 직업의 실상을 조명한 수작으로 손꼽힙니다. 대한민국 교육 시스템의 최전선인 ‘고등학교’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비정규직 교사 고하늘(서현진 분)의 시선을 따라가며 “진짜 교사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이 작품은, 화려한 설정이나 자극적인 사건 없이도 강렬한 여운을 남기면서 이 드라마는 학생이 아닌 교사의 시선으로 학교를 바라보며, 직업적 현실과 존재의 의미를 다층적으로 조망합니다. 특히 고하늘이라는 인물을 통해 계약직이라는 불안정한 지위, 조직 내의 편견, 입시 중심 학교 문화 속에서 교사로서 어떻게 성장해 나갈 수 있는지를 정교하게 풀어내는 계약직 교사의 진짜 성장기에 대해서 이야기하겠습니다.
계약직 교사의 눈으로 본 학교 조직의 민낯
고하늘은 오랜 시간 임용시험에서 낙방한 끝에, 사립고등학교에 기간제 교사로 입사하게 되면서 그녀를 맞이한 것은 환영이 아닌 의심과 배척을 하게 됩니다. 그 이유는 “학사부장의 낙하산”이라는 루머는 입사 첫날부터 퍼지며, 동료 교사들은 하늘을 동등한 구성원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회의에서도 발언이 무시되고, 주요 업무나 학급 배정에서도 배제되는 상황은 그녀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듯 보입니다. 교사 사회 내부의 ‘정규직-비정규직’ 구조는 단순한 고용 안정성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 내에서 발언권과 권리를 갖느냐의 문제로 확장되면서 하늘은 이러한 환경에서도 자신이 왜 교사가 되고 싶었는지를 끊임없이 되새깁니다. 그녀는 학생들과 진정한 관계를 맺고, 그들의 고민을 함께 나누며,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스스로 받아들이기 위한 여정을 시작하며 그녀의 시선을 통해 시청자 교육계 내부의 고질적인 문제와 실적 중심의 평가, 업무 분장에서의 차별, 학교 내부의 정치적 역학관계를 생생하게 체감하게 되면서 특히 교사라는 직업이 교육자가 아닌, ‘관리 대상’으로 전락한 현실을 고발하는 장면은 많은 이들에게 씁쓸함을 안깁니다.
진로진학부와 박성순 – 교육 현장의 양면성과 멘토십
하늘은 입사 후 진로진학부에 배정되며, 입시 행정이라는 복잡하고 민감한 업무에 투입되면서 진로진학부는 학교 실적과 직결되는 핵심 부서이며, 구성원들은 학생의 진학 성과를 위해 치열하게 경쟁합니다. 이곳에서 하늘은 부장 박성순(라미란 분)을 만나게 되는데, 그녀는 원칙에 철저하고 일에 있어 타협하지 않는 인물로 처음에는 냉정하고 이기적으로 보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녀의 깊은 신념과 교육 철학이 드러나게 됩니다. 박성순은 “학생에게 해가 되는 일은 하지 않는다.” 이 단순한 원칙은 입시 중심 시스템 속에서 자주 간과되는 교육의 본질을 상기시키고 그녀는 성과보다 과정, 실적보다 인간을 보는 교사로서 하늘에게 큰 영향을 미치며, 그들의 관계는 단순한 상하 관계를 넘어선 사제간의 멘토십으로 발전하면서 하늘은 박성순의 조언과 행동을 통해 “진짜 교사”가 되는 법을 배워가고, 결국 박성순이 학교를 떠나는 순간, 그녀의 자리를 이어받을 준비를 마치면 이러한 관계는 입시 중심의 교육 환경 속에서도 학생을 중심에 둔 교육이 가능하다는 희망을 전합니다. 하늘은 박성순과의 경험을 통해 '교사'라는 역할이 단순한 직무가 아닌, 관계와 신념으로 이루어진 정체성임을 깨닫습니다. 그 과정은 감정적으로도, 전문적으로도 깊은 울림을 줍니다.
학생과 교사 모두 '블랙독'일 수밖에 없는 현실
블랙독독이라는 제목은 단순히 주인공을 의미하지 않고 드라마는 사회와 시스템 속에서 '검은 개'로 불리는 존재들 계약직 교사, 입시에서 소외된 학생, 실적 없는 관리자를 조명하며 이들은 모두 제도 안에서 정당하게 평가받지 못하고, 결과로만 존재가 규정되는 현실 속에서 살아가게 됩니다. 학생들 또한 단순한 배경 인물이 아닌, 각자의 사연과 상처를 지닌 주체로 등장하며 예를 들어, 비선호 전형으로 대학을 준비하는 학생이 학교의 실적 중심 정책에 의해 다른 길을 강요받거나, 성적이 다소 낮다는 이유로 상담조차 받지 못하는 사례는 교육이 성적 이외의 기준을 얼마나 무시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면서 고하늘은 그런 학생들과 소통하며 ‘입시 결과’가 아닌 ‘삶의 방향’을 함께 고민하려 합니다. 이 과정에서 드라마는 ‘학생도 교사도 평가받는 존재이지만, 평가가 전부는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누구나 한 번쯤은 시스템 속에서 소외되고, 편견에 맞서야 하는 ‘블랙독’이 되지만, 결국 중요한 건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태도입니다. 드라마는 이러한 통찰을 담담하지만 깊이 있게 풀어냅니다.
결말 – 진짜 교사가 된다는 것의 의미
드라마의 마지막, 고하늘은 정규직 임용시험에 합격하게 됩니다. 단순히 직업적 안정성을 획득한 것이 아닌, 스스로를 '교사'로서 인정할 수 있게 된 것으로 그녀는 더 이상 누구의 낙하산도 아니고, 비정규직의 그림자도 아닌 이제 학생들에게 자신의 목소리로 진심을 전할 수 있는 자리에 도달했습니다. 박성순은 개인 사정으로 학교를 떠나지만, 그녀가 남긴 영향력은 하늘과 학교에 깊이 남아 있으며, 하늘이 마지막으로 학교를 둘러보는 장면에서 우리는 그녀의 변화된 눈빛을 볼 수 있습니다. 두려움과 외로움이 가득하던 첫날과는 달리, 이제는 자신만의 철학과 책임감을 가진 ‘진짜 교사’로서의 자부심이 담겨 있습니다. ‘블랙독’은 조용하지만 강한 드라마로 극적인 전개 없이도 교육 현장의 모순, 교사의 성장, 학생과의 진심 어린 관계 등을 차분하게 보여주며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교사라는 직업을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을 재정의하고, 더 나아가 모든 직업인들이 겪는 불안정성과 소외감을 위로하는 이 작품은, 지금 우리 사회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질문들을 던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