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물다섯스물하나’는 1998년 IMF 외환위기 시기를 배경으로, 각기 다른 상처와 꿈을 안고 살아가는 청춘들이 사랑과 이별, 성장과 우정을 겪으며 찬란했던 시절을 그려낸 감성 청춘 드라마입니다. 나희도(김태리)와 백이진(남주혁)이라는 두 인물이 시대의 흐름 속에서 만나, 서로에게 위로와 희망이 되어주는 이야기는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서 삶과 청춘의 본질을 묻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첫사랑의 아련함, 우정의 의미, 시대가 청춘에게 남긴 상처 등을 담담하고도 섬세하게 풀어낸 이 작품은, 보는 이들에게 오래도록 여운을 남기는 힘을 지녔습니다. 이 글에서는 드라마의 세 가지 핵심 키워드인 첫사랑, 청춘, 이별을 중심으로 2배 분량으로 깊이 있게 리뷰합니다.
첫사랑: IMF 시절, 서로에게 닿아간 두 사람의 간절한 마음
가장 큰 감정적 축은 바로 나희도와 백이진 사이의 사랑입니다. 그러나 이 드라마가 특별한 이유는, 이들의 사랑이 단순히 ‘좋아한다’는 감정을 표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고난과 상처 속에서 서로를 위로하고 지탱하는 관계로 진화한다는 점에 있습니다. IMF 외환위기로 인해 가정이 무너진 백이진은 사회 초년생으로서 고통스러운 시간을 견디고 있으며, 희도 역시 꿈이던 펜싱을 계속하기 위해 학교를 옮기고 홀로 버티며 외로운 사춘기를 지나고 있습니다. 두 사람은 처음에는 우연한 말다툼으로 시작하지만, 점차 서로의 진심을 알게 되고, 상대방에게 기대고 의지하게 됩니다. 첫사랑은 흔히 아름답게만 기억되지만, 이 드라마 속 첫사랑은 그만큼 아픔과 책임, 현실이 뒤섞여 있습니다. 이진은 희도를 사랑하면서도 그녀에게 상처를 줄까 두려워하고, 희도는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면서도 이진이 감당해야 할 무게를 이해하려 애씁니다. 그들은 서로를 좋아하면서도 쉽게 다가서지 못하고, 어쩌면 더 깊어지지 않기 위해 조심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 점이 오히려 현실적이며, 시청자들에게 더 큰 공감과 감동을 안겨줍니다. 이진이 희도를 바라보는 눈빛은 늘 조심스럽지만 진심이 가득 담겨 있습니다. 희도는 그런 이진에게 거리낌 없이 다가서며, 때로는 다투고 오해하면서도 결국에는 서로의 곁을 지키게 됩니다. 그들의 사랑은 ‘무조건적’이거나 ‘운명적’이기보다는, 힘든 현실 속에서 얻어진 아주 소중한 기회와 같은 것입니다.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도 절제되어 있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은 뜨겁고 진실합니다. 특히 벚꽃 아래에서의 고백, 비 내리던 날의 포옹 같은 장면들은 한국형 청춘 로맨스의 정수로 꼽힐 만큼, 감정의 흐름을 섬세하게 담아냈습니다. 드라마 속에서 첫사랑은 단순한 추억이 아니라, 서로를 성장시키는 과정입니다. 희도는 이진을 통해 세상을 더 따뜻하게 바라보게 되고, 이진은 희도를 통해 절망 속에서도 다시 웃는 법을 배웁니다. 그렇기에 이들의 사랑은 아름답지만, 동시에 애틋하고 아프며, 한 사람의 인생에 커다란 영향을 남기는 관계로 남습니다.
청춘: 시대의 무게를 짊어진 청춘들의 치열하고 찬란했던 시간
이 드라마의 또 다른 강점은, 단순히 개인의 감정선이 아니라 사회와 시대, 구조적 현실 속에서 청춘이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를 탁월하게 보여준다는 점입니다. 1998년 IMF 시절은 수많은 가정과 기업이 무너졌고, 많은 사람들이 실직과 경제적 붕괴를 경험해야 했습니다. 그런 배경 속에서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모두 현실적인 고민과 한계를 안고 살아가게 됩니다. 백이진은 좋은 대학을 나왔지만, 아버지의 부도로 인해 가족이 뿔뿔이 흩어졌고, 혼자서 생계를 꾸리기 위해 새벽에 신문을 돌리고 서점에서 일합니다. 기자가 되기 전까지의 과정은 고통 그 자체이며, 그 안에서 이진은 무력감과 책임감을 동시에 견뎌야 합니다. 반면 나희도는 자신의 꿈을 지키기 위해 주변의 차가운 시선과 싸우며, 아버지를 잃은 후 어머니와의 갈등을 이겨내야 합니다. 그런 두 사람이 만나 서로를 지지하게 된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였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 드라마는 단지 두 주인공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주변 인물들의 서사도 밀도 있게 다룹니다. 고유림은 금메달리스트라는 화려한 이미지 뒤에, 가난과 압박에 짓눌린 소녀의 모습이 있습니다. 문지웅과 지승완 역시 방송부를 통해 각자의 고민과 선택을 그려내며, 다양한 청춘들의 스펙트럼을 보여줍니다. 이들은 경쟁도 하지만, 결국은 서로의 아군이 되며, 그 속에서 ‘함께 자라는 청춘’의 의미를 강조하면서 특히 인상적인 이유는, 청춘의 에너지를 과장하거나 미화하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실패하고 실망하고 울고, 때로는 도망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일어나고 서로의 손을 잡는 모습이 진한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10대와 20대 사이, 성인이 되어가는 과정의 불안과 꿈에 대한 갈망, 그리고 첫 번째 좌절을 마주하는 이들의 이야기 속에서 시청자들은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자연스럽게 투영하게 됩니다. IMF 시기의 어두운 그림자 아래에서 각자 꿈을 향해 달리던 이들의 모습은, 시대는 바뀌었지만 여전히 현재를 살아가는 청춘들에게도 유효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세상은 우리를 내던지지만, 우리는 서로를 붙잡아준다’는 태도는, 청춘이 가질 수 있는 가장 단단한 힘입니다.
이별: 끝내 함께할 수 없었지만, 진심이었기에 더 깊은 사랑
‘스물다섯스물하나’의 마지막은 많은 시청자들에게 아쉬움과 동시에 깊은 울림을 안겨주었습니다. 드라마는 대부분의 로맨스 작품들이 택하는 해피엔딩이 아닌, 현실적인 이별을 그리며 마무리됩니다. 나희도와 백이진은 서로를 뜨겁게 사랑했지만, 사회적 환경과 직업적 책임, 시간의 흐름이 그들을 멀어지게 만들었습니다. 그들의 이별은 드라마틱한 사건이 아닌, 반복된 엇갈림과 서서히 멀어지는 거리에서 시작됩니다. 펜싱 국가대표로 바쁜 희도, 기자로 세계를 떠도는 이진. 서로에게 너무 큰 존재였던 만큼, 그 사랑은 점점 부담이 되어버리고 맙니다. 드라마는 이 상황을 누구의 잘못도 아닌 ‘현실의 흐름’으로 표현하며, 감정이 아닌 상황이 관계를 끝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조용히 보여주면서 이 이별은 단순히 슬프게만 그려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시절 사랑했던 모든 순간이 얼마나 진심이었는지를 되짚어보게 만듭니다. 희도의 현재 시점에서, 그녀는 이미 어른이 되어 딸을 키우고 있으며, 과거의 이진은 추억 속 한 장면으로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추억은 결코 지워진 것이 아니라, 여전히 그녀의 삶에 영향을 주는 따뜻한 기억으로 존재합니다. 백이진 역시 이별 후 인터뷰에서 “그 시절, 그녀가 있었기에 내가 버틸 수 있었다”라고 고백하며, 사랑이 끝나도 그 사랑의 가치는 유효하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이별은 사랑의 실패가 아니라, 사랑의 또 다른 형태일 수 있다는 통찰은 많은 시청자들에게 깊은 위로를 건넸습니다. 이 드라마는 사랑이란 ‘지켜내는 것’만이 아니라, 때로는 ‘놓아주는 것’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함께하지 못했지만, 진심을 다해 사랑했고, 그 사랑이 서로를 성장시켰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관계라는 것. 그래서 그들의 이별은 끝이 아닌, 또 하나의 청춘의 형태로 남게 만듭니다.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 시대와 사회, 청춘과 꿈, 관계와 감정에 대한 총체적 서사를 담아낸 작품입니다. 찬란했지만 불완전했고, 뜨거웠지만 끝내 다다를 수 없었던 청춘의 시간을 섬세하게 그려낸 이 드라마는, 결국 우리 모두의 이야기입니다. 잊고 있던 나의 첫사랑, 내 친구, 내 꿈, 내 슬픔까지 돌아보게 만드는 이 드라마는, 청춘의 이름으로 오래도록 기억될 작품입니다. 그 시절, 최선을 다해 사랑했고, 꿈꿨고, 살았기에 아름다웠던 모든 순간들. 그것이 바로 스물다섯, 스물하나라고 말하는 드라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