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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우리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 (판타지, 로맨스, 삶과 죽음)

by 블리해블리 2025. 11. 21.

어느날 우리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 포스터
어느날 우맂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 포스터

 

‘어느 날 우리 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는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는 여자 주인공과, 세상의 모든 멸망을 관장하는 존재 사이의 100일간 계약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판타지 로맨스 드라마로 생과 사, 희망과 절망, 사랑과 상실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감성적이고 철학적인 시선으로 풀어낸 이 드라마는 단순한 장르물의 한계를 뛰어넘는 깊이와 울림을 전달합니다. 특히 박보영과 서인국이라는 두 배우의 섬세하고 절절한 감정 연기가 시청자들의 몰입을 한층 높이며, 삶의 본질을 다시금 되돌아보게 하는 메시지를 선사합니다. 드라마는 마치 한 편의 시처럼 느껴질 정도로 감성적이고 아름다운 장면들로 가득 차 있으며, 판타지라는 장르적 장치를 통해 삶에 대한 보다 본질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판타지와 로맨스 : 삶과 죽음 사이, 100일간의 기묘한 동행

탁동경(박보영 분)은 병으로 인해 시한부 판정을 받은 30대 여성으로 홀로 동생을 책임지며 묵묵히 살아온 그녀는 삶에 대한 애착보다도 오히려 체념과 무력함에 익숙해진 인물입니다. 그런 그녀가 운명처럼 마주하게 된 존재는 바로 '멸망'(서인국 분)입니다. 멸망은 인간이 아니라 세상의 모든 '끝'을 담당하는 개념적 존재로, 동경이 술에 취해 내뱉은 “세상을 멸망시켜 달라”는 절규가 그를 호출하게 되면서 두 사람은 이후 “100일 후 동경이 죽는다”는 계약을 맺게 됩니다. 단, 그 100일 동안 동경이 진심으로 죽고 싶은 인간을 찾으면, 멸망은 대신 그를 데려가고 동경은 생존하게 됩니다. 이 계약은 단순한 장르적 장치처럼 보이지만, 실은 인간 존재와 윤리, 감정의 본질을 탐색하게 만드는 핵심 설정으로 이 기묘한 거래는 점차 두 사람의 감정이 얽히면서 복잡한 관계로 발전합니다. 처음엔 적대적이고 조심스럽기만 하던 두 인물은 서로의 고통과 외로움을 마주하며 조금씩 감정을 열게 됩니다. 특히 멸망은 인간과 감정을 공유할 수 없는 존재로 살아왔지만, 동경과의 시간을 통해 처음으로 ‘사랑’이라는 감정을 배우게 되면서 이 드라마는 죽음이라는 비극적 설정 속에서도 사랑이라는 희망을 이야기합니다. 멸망과 동경의 대화, 그들의 꿈속 여행, 함께 빗속을 뛰는 장면 등은 삶의 가장 평범한 순간들이 얼마나 귀하고 소중한지를 일깨웁니다. “그냥 맞고 뛰어오면 금방 집이야”라는 멸망의 말은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인생의 태도에 대한 진심 어린 제안처럼 다가오면서 판타지와 로맨스, 그리고 그 안에 삶과 죽음 사이를 생각하게 만듭니다.

인물의 서사와 성장 : 절망에서 희망으로 향하는 감정의 변화

탁동경은 단순한 로맨스물의 여주인공이 아니라 어릴 적 부모를 잃고, 어린 동생을 돌보며 생계를 책임졌으며, 주변에는 따뜻한 지지자도 거의 없는 상태에서 오직 자기 삶을 스스로 지탱해 온 인물로 시한부 판정 이후 그녀의 내면은 더욱 메말라가고 있었고, 삶은 그저 “언제 끝날지 모르는 고통의 연장선”으로만 인식되고 있었습니다. 그런 그녀에게 멸망과의 만남은 아이러니하게도 처음으로 '누군가와 진심을 나누는 경험'이 됩니다. 처음에는 멸망을 두려워하며 밀어내던 동경은, 그의 말투와 행동, 감정의 결을 알아가면서 그 안에 숨겨진 외로움과 진심을 발견하게 됩니다. 멸망 또한 처음에는 동경을 한 인간으로서가 아니라 단순히 ‘계약 대상’으로만 인식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그녀의 눈물, 웃음, 상처에 동화되어 갑니다. 그 변화는 자연스럽고도 설득력 있게 전개되어, 시청자는 어느새 이 둘의 감정선을 진심으로 응원하게 되면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멸망이 동경의 꿈 속으로 들어가 그녀가 가장 위로받던 장소인 바닷가로 데려가는 시퀀스입니다. 파도 소리와 고요한 풍경, 두 사람의 대사는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감정을 이끌어내며, 이 드라마가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 인간 심리의 깊이를 탐색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동경은 처음으로 “죽고 싶지 않다”는 진심을 드러내며, 자신이 진정으로 원한 것은 죽음이 아니라 행복하게 사는 삶이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멸망 역시 동경을 통해 ‘끝’이 아닌 ‘시작’을 생각하게 됩니다. 그가 살아온 시간은 수천 년에 달하며, 그동안 단 한 번도 누구와 감정을 나눈 적이 없었지만, 동경은 그에게 처음으로 감정을 가르쳐준 존재가 됩니다. 사랑을 통해 존재의 의미를 바꾸게 된 멸망은 결국 스스로의 본질을 거부하며, 동경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존재를 희생하기로 합니다.

결말과 메시지 : 죽음이 아닌 삶, 멸망이 아닌 희망

멸망은 동경을 죽이기로 한 계약을 스스로 파기하고, 사라지기로 결심하면서 그가 완전히 소멸된 것은 아니며, 이후 인간의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 동경과 재회합니다. 이 결말은 단순히 감정적 만족을 위한 장치가 아니라, 드라마가 지속적으로 탐색해 온 주제인 ‘존재의 의미’에 대한 응답으로 해석할 수 있으면 결말과 메시지에 죽음이 아닌 삶과 멸망이 아닌 희망이라는 상대적이지만, 멸망이라는 캐릭터는 상징적으로 ‘죽음’ 또는 ‘끝’을 의미하지만, 동시에 '재시작'과 '순환'이라는 개념도 내포하고 있습니다. 그의 사라짐과 재탄생은 죽음이 끝이 아니라는 메타포로 읽히며, 삶은 언제든 다시 시작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또한 동경 역시 삶의 가치를 재인식하고, 더 이상 타인을 원망하거나 자신을 학대하지 않고,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살아가려는 태도로 변화하면서 이 드라마의 가장 큰 미덕은, 삶에 대한 긍정을 강요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작위적 희망이나 억지 감동이 아니라, 진짜 고통을 함께 견디며 변화하는 인물들을 통해, 시청자 스스로 삶을 돌아보게 만듭니다. “죽고 싶지 않은 게 아니라, 행복하게 살고 싶은 거야”라는 동경의 대사는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도 있는 절박한 소망일지도 모릅니다. 또한 이 작품은 죽음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판타지적 장치를 통해 위화감 없이 풀어냈습니다. 코믹한 연출과 상징적인 장면들, 감각적인 색채와 음악은 무거운 주제를 균형 있게 다뤄내며, 시청의 피로감을 줄이는 동시에 몰입감을 높이면서 무엇보다 두 배우의 눈빛 연기와 호흡은 극의 완성도를 높이며, 이 드라마를 오래도록 기억에 남게 합니다.

‘어느 날 우리 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는 죽음을 전제로 한 판타지 로맨스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사랑, 감정, 인간성, 그리고 존재의 가치를 다룬 작품입니다. 100일간의 운명적 거래 속에서 마주한 감정의 변화, 서로를 통해 다시 태어나는 두 존재의 이야기는, 우리 모두가 언젠가 맞이할 ‘끝’이라는 주제를 정면으로 응시하며, 그 끝에서 피어나는 새로운 ‘시작’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멸망이 찾아온 건 삶을 끝내기 위함이 아니라, 오히려 진짜 삶을 시작하게 만들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렇게 이 드라마는, 멸망이 아닌 희망을 이야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