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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는 아닙니다만 (초능력, 성장과서사, 특별한 사람들)

by 블리해블리 2025. 11. 12.

 

히어로는 아닙니다만 포스터
히어로는 아닙니다만 포스터

 

 

드라마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은 전형적인 히어로물의 틀을 벗어나, ‘능력자 가족’이라는 판타지 설정을 바탕으로 사람 간의 관계와 상처, 그리고 치유에 대한 메시지를 담아낸 작품이다. 초능력을 가졌지만 슈퍼히어로가 되지 못한 이들의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오히려 더 현실적인 인간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겉보기엔 비현실적인 설정이지만,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우리 가족, 나 자신을 떠올리게 만드는 힘이 있는 드라마다.

초능력을 가졌지만 영웅은 아닌 사람들

복 씨 가족은 특별한 능력을 지닌 일명 ‘능력자 가족’이다. 초능력을 가졌지만 영웅은 아닌 사람들 그렇지만 이들의 능력은 완벽하지도, 영웅적이지도 않다. 아버지 복만흠은 미래를 꿈에서 볼 수 있는 예지몽 능력을 가졌지만, 당뇨와 불면증에 시달려 능력이 제대로 발현되지 않는다. 동생 복동희는 공중부양을 할 수 있지만 정신적인 불안정으로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주인공 복귀주는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능력을 가졌지만, 우울증과 트라우마에 시달려 행복했던 과거로도 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 이러한 설정은 초능력을 단순한 판타지가 아닌, 상처와 결핍의 메타포로 사용하며 시청자에게 큰 공감을 준다. '힘이 있다고 해서 삶이 쉬운 건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기반으로, 드라마는 화려함보다는 아픔과 현실을 조명한다. 능력자 가족이 겪는 삶의 무게, 사회 속 고립감, 가족 간의 단절은 초능력이라는 비현실적 요소를 통해 더욱 강조되면서 마치 '슈퍼맨도 회사 다니면 야근하고 번아웃 올 수 있다'는 현실적 질문을 던지는 셈이다.

도다해와 복 씨 가족의 만남 

이 가족의 일상에 균열을 일으키는 인물이 바로 도다해(천우희)다. 도다해는 겉으로는 명문가 자제를 사칭하며 복씨 집안에 접근하지만, 사실은 전직 사기꾼으로, 본인의 생존과 목적을 위해 이 가족에게 다가간다. 하지만 이내 복씨 가족의 엉뚱하면서도 따뜻한 분위기, 각자의 상처와 무게를 알게 되며 그녀 또한 변화하게 된다. 도다해와 복귀주의 관계는 로맨틱한 감정을 중심으로 발전하는 한편, 인간적 유대와 이해의 관계로도 깊어진다. 도다해는 복귀주가 반복적으로 과거로 돌아가며 누군가를 구하려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이를 통해 그의 내면의 고통을 함께 이해하게 된다. 반면, 복씨 가족은 도다해라는 외부 인물을 통해 서로의 상처를 직면하고, 가족 간의 소통을 회복해나가면서, 도다해가 복씨 가족을 위협하는 외부의 적이 아니라, 오히려 치유의 기제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능력을 각자 소모적으로만 써오던 가족은 도다해라는 연결 고리를 통해 처음으로 서로의 능력과 상처를 공유하고, 함께 협력한다. ‘능력보다 중요한 건 가족 간의 이해와 연대’라는 메시지가 중심을 이룬다.

타임슬립과 성장의 서사

복귀주의 능력은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는 설정이다. 하지만 이는 단순한 SF적 장치가 아닌 그는 과거로 돌아가, 자신의 소방관 선배를 구하기 위해 수십 번을 반복하면서 문제는, 아무리 시간을 되돌려도 결과는 바뀌지 않는다. 이는 ‘운명은 바꿀 수 있는가’라는 고전적인 타임슬립 장르의 질문이자, 동시에 ‘자신의 죄책감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라는 심리적 질문으로 이어지고 드라마는 이를 통해 진정한 구원이란 시간의 재배열이 아니라 ‘마음의 재배치’에 있다는 사실을 말한다. 복귀주는 결국 과거를 바꾸는 데 실패하지만, 도다해와 가족들과의 관계를 통해 현재의 삶을 재정비하고, 자신을 용서하는 과정을 겪으면서 이는 치유와 성장의 이야기이며, ‘불가능을 받아들이는 용기’에 대한 이야기로  ‘히어로’라는 단어의 상징성을 적극적으로 해체한다. 복씨 가족은 분명 능력을 가졌지만, 영웅적이지 않다. 되려 우울증, 조울증, 트라우마, 노화, 생계 문제 같은 현실의 무게 속에 허덕인다. 하지만 그들이 진짜 히어로가 되는 순간은 바로 서로를 이해하고 돕는 순간이다. 드라마의 핵심 메시지는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중요한 건 함께 버티는 것”이다. 이는 시청자들에게 큰 공감을 준다. 오늘날 많은 이들이 불확실한 미래와 불안한 현실 속에서 스스로를 부족하다고 느낀다.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은 그런 시청자들에게 말한다. ‘너는 초능력이 없어도 충분히 소중하다. 히어로가 아니어도 누군가에게는 충분한 존재다’라고.

특별하지 않아 더 특별한 사람들

12부작이라는 비교적 짧은 분량 속에서 드라마는 많은 것을 담으려 했다. 그러나 이는 결말의 서두름으로 이어지기도 했으며 복귀주가 반복적으로 과거로 돌아간 이유와 감정의 동기가 다소 약하게 표현되었고, 중요한 사건들이 우연에 의해 정리되는 부분은 아쉬움을 남겼다. 또한 도다해와 복귀주의 관계가 마지막까지 충분히 완성되지 못한 채 급작스럽게 마무리되면서, 감정선의 여운이 부족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이 또한 드라마의 메시지와 연결되면서 ‘완벽하지 않은 삶’을 그려온 이 드라마는 결말조차 완벽할 필요가 없었다. 오히려 그 허전함이 더 현실적이며, 우리 모두가 겪는 마무리되지 않은 감정의 여백처럼 느껴지며, 드라마가 끝난 뒤에도 복씨 가족은 여전히 어딘가에서 살아가고 있을 것 같은 잔잔한 울림을 남기면서, 전통적인 슈퍼히어로물이나 화려한 판타지 드라마와는 다른 결을 지닌 작품이다. 초능력이라는 설정을 통해 인간의 상처와 치유, 가족과 소통, 죄책감과 용서 같은 깊은 감정선을 다룬 이 드라마는, 판타지를 현실적으로 해석한 좋은 사례라 할 수 있으며, 능력보다 중요한 건 이해라는 사실을 말하며, 단절된 가족의 회복과 한 인간의 성장기를 섬세하게 그려내기도 했다. 또한 도다해라는 복잡한 인물의 존재를 통해 사랑과 신뢰, 그리고 진심이라는 가치를 강조하며 비록 결말은 완벽하지 않더라도, 드라마가 전한 메시지는 오히려 더 강렬하게 다가온다.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는 어쩌면 불완전한 히어로들이다.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은 그 불완전함을 따뜻하게 안아주는 드라마다.